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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나보면 남들과 다른 독특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. 

 

중고등학교, 대학교, 그리고 이어진 석사 유학까지 학업과 대기업 연구원으로서의 삶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좋은 길, 안정된 길이었다.

이름만 대면 누구나 감탄을 하는 대학을 나왔고 외국 대기업의 전액 장학생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. 

5년 간 일했던 대기업 연구원으로서의 삶은 지금 생각하면 워라밸에서 라이프에 더 치중을 둔 시간이었다. 

 

그럼에도 삶에 만족할 수 없었다. 일은 재미없었고 삶은 의미가 없었다.

그러다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꾼 취미를 만났다. 취미라기엔 너무 강렬했고 내 인생 전부를 걸만큼 좋아했다.

생각하는 것, 말하는 것, 인터넷을 검색하고 글을 읽는 것, 돈을 쓰는 것, 사람을 만나는 것 모든 것이 그 취미로 향했다. 

1년 반 정도의 시간을 회사 생활과 취미를 같이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 두었다.

 

 

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취미를 일로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갔다.

그렇게 10년 정도를 그 취미를 일로 살았고 그 기간 중 상당 부분은 정말 행복했다. 

같은 것을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내 인생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만족감이 더 없이 높았다. 

하지만 결국 지쳐갔다.

좋아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는 사람들을 만났고 나를 하염없이 갈아 넣어야만 했다. 

내가 이것을 위해 포기했던 것들이 너무 컸고 무엇보다 내 선택으로 온 길이기에

지쳐가고 있다는 것도 오랜 시간 인정하지 못 한 채 더 열심히 하려고만 했다. 

 

 

그렇게 이악물고 버텼지만 결국 끝이 왔다. 

내 모든 것을 걸고 나를 갈아 넣으며 내가 가장 좋아한 분야에서 일한지 10년만에 지치고 질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.

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열정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그 절대성이 깨지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이 허무함에 빠졌다.

한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다. 

 

하지만 시간은 그런 감정도 옅어지게 했고 나에 대해, 현실에 대해,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. 

 

 

되돌아 보니.. 내 인생은 내가 주도했어야 했다.

나는 오르지 내 의지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선택을 했음에도 그 방향 안에서의 삶은 남의 의지대로 살았다. 

내가 좋아했던 취미를, 그렇게 열정을 갖고 있을 때 남의 밑에서 남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 

두렵더라도, 실패하더라도, 가진 게 없더라도 내가 주도한 사업으로 만들었다면 달랐을 것이다. 

분명 여러 번 실패했겠지만 그 때의 열정이었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 것 같다. 

나는 아무 것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 했고, 그 결과 10년의 시간을 한 가지를 위해 매진했음에도 남은 게 없었다. 

 

 

그래서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. 

나를 위해, 내 인생을 걸만큼 좋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

내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들을 현명하게, 내가 주도해서 하려고 한다.

가진 것이 없지만 지난 10년 간 세상은 더욱 디지털화 되었고 그 안에 많은 기회가 녹아 있다. 

그런 것을 찾아보려 한다.

그래서 내 마음과 생활이 안정되고 다시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일을 다시금 취미로 즐겼으면 좋겠다. 

 

 

다시는 타인에게 내 삶의, 내 시간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나를 위한 삶을 천천히 쌓아갈 것이다.

그리고 그런 삶을 만들어 가는 기록을 이곳에 남기려고 한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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